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별로 기대 안 했어요.
부모님이 "파크골프 배워볼까" 하셨을 때, 저는 속으로 '또 한 달 하다 그만두시겠지' 했거든요. 예전에 수영도 등록하셨다가 두 달 만에 그만두셨고, 탁구도 잠깐 다니시다 무릎이 아프다고 접으셨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될 줄 알았어요.
근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처음 따라가 본 날
부모님이 파크골프 시작하신 지 한 달쯤 됐을 때, 한번 따라가봤어요. 솔직히 "운동이 되겠어?" 하는 마음 반, 그냥 어떤 건지 궁금한 마음 반이었어요.
가서 보니까 생각보다 규모가 있더라고요. 주차장에 차가 꽤 있었고, 잔디밭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치고 계셨어요. 평일 오전이었는데도요. 그리고 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람들 표정이었어요. 다들 웃고 있었어요. 진짜로요.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공이 잘 들어갔을 때 "나이스!" 외치면서 환하게 웃는 그 표정.
부모님도 그 안에서 그러고 계셨어요. 평소에 무릎 아프다, 허리 불편하다 하시던 분들이 필드 위에서는 그냥 또래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웃고 계신 거예요. 뭔가 짠한 감정이 들었어요. 아, 이분들이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싶어서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전화 주제예요
부모님이 파크골프 시작하시기 전에는 전화하면 대화 주제가 거의 정해져 있었어요. 무릎이 요즘 좀 더 아프다, 병원 가서 뭐라더라, 약을 바꿨다, 이런 얘기들이요. 부모님이 나쁜 게 아니라 그게 일상의 전부였으니까요.
근데 요즘은 달라요.
전화하면 "오늘 18홀 돌았는데 스코어가 어쩌고", "옆에 누구는 이글 쳤다더라", "다음 주에 동호회 대회가 있다"는 얘기를 하세요. 심지어 지난주엔 어머니가 "나 오늘 버디 쳤어" 하시면서 목소리 톤이 평소랑 달랐어요. 설레는 목소리였거든요. 그 목소리 들을 때 솔직히 좀 울컥했어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어요.
병원 얘기가 스코어 얘기로 바뀌었다는 게, 그게 그냥 작은 변화가 아니에요. 삶의 무게 중심이 달라진 거거든요.
구장에서 만난 어르신 이야기
그날 따라갔다가 쉬는 시간에 옆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이 말을 거셨어요. 칠십 대 초반으로 보이시는 분이었는데, 원래 서울 살다가 아예 이쪽 근처로 이사 오셨다고 했어요.
"여기 파크골프장이 좋아서요?" 했더니 씩 웃으시면서 "그럼요, 여기가 내 노후 천국이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얘기를 더 들어보니까, 서울 집을 전세 주고 이쪽에 작은 아파트를 구입해서 오셨다는 거예요. 매일 아침 파크골프 치고, 라운딩 끝나면 근처 식당에서 같이 치신 분들이랑 밥 먹고, 저녁엔 동호회 모임 나가신다고요. 외로울 틈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외로울 틈이 없다는 말. 노년의 외로움이 얼마나 무거운 문제인지 생각하면, 그게 해결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실제로 화천이나 양평 같은 지역이 파크골프 성지로 불리면서 이런 식으로 이주해 오시는 분들이 1년에 수백 명씩 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분들이 정착하면서 동네 식당이 살아나고, 상권이 돌아가고, 인구가 유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골프공 하나가 지방 소멸을 막는다는 말이 과장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그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에요.
기존 골프장이 흔들리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뉴스 보면 요즘 골프장들이 많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강원도 어떤 골프장은 매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줄었다는 얘기도 있고, 심지어 35,000원에 식사까지 제공하면서 손님 끌어모으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옆에 파크골프장은 대기 줄이 여덟 팀이라는데, 그 장면을 뉴스에서 보면서 이 흐름이 진짜구나 싶었어요.
일반 골프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요. 장비값, 그린피, 캐디피, 식사비. 라운딩 한 번에 20만 원 아래로 맞추기가 쉽지 않죠. 거기다 예약도 미리미리 해야 하고, 드레스 코드도 신경 써야 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에요.
파크골프는 달라요. 클럽 하나랑 공 몇 개면 시작할 수 있고, 이용료도 거의 없거나 아주 저렴한 수준이에요. 혼자 가도 즉석에서 다른 분들이랑 팀을 짤 수 있고요. 처음에 구장에 있는 시타 채로 먼저 쳐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때 구입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 진입 장벽의 차이가 결국 숫자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파크골프 인구가 7년 만에 여덟 배 넘게 늘어서 등록 인원만 14만 명이 넘었다는데, 미등록 동호회까지 합치면 60만 명이 넘을 거라는 분석도 있어요.
근데 이게 다 좋은 얘기만은 아니에요
이쯤에서 불편한 얘기도 해야 할 것 같아요.
파크골프장 대부분이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면서 이용료가 싸거나 무료잖아요. 그게 처음에 사람 모으는 데는 좋은데, 장기적으로는 시설 유지비를 세금으로 계속 메워야 하는 구조예요. 지자체마다 대회 상금 규모로 경쟁을 하는 것도 보면, 화천군 같은 경우 1등 상금이 3천만 원인데 다른 지역 평균이 500만 원이거든요. 그 차이가 동호인 유입에는 효과적이겠지만, 결국 이게 지자체 간 소모적인 예산 경쟁이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도 돼요.
그리고 강변이나 하천 부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문제도 있어요. 경치는 예쁜데, 잔디 관리를 위해 뿌리는 약품이 하천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친환경적으로 관리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지, 환경 영향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지는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어요. 좋은 공간이 오래 유지되려면 그 바탕이 튼튼해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세대 얘기인데요. 2030이 골프장에서 빠지고, 시니어가 파크골프로 몰리는 흐름이 계속되면 파크골프가 '노인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어요. 그게 딱히 나쁜 건 아닌데, 그러면 또 나중에 젊은 세대가 들어오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거든요. 가족 단위로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이 열풍이 세대를 넘어서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결론은 긍정적이에요
불편한 얘기 했지만, 그래도 파크골프를 바라보는 제 시선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이에요.
부모님이 달라지셨거든요. 허리 꾸부정하시던 분이 걷는 자세가 펴졌다는 얘기, 병원 가시던 분들이 잔디밭으로 나왔다는 얘기, 이게 통계나 분석보다 더 와 닿는 증거예요. 외로울 틈 없다고 하시던 그 어르신 표정도요.
파크골프가 운동이냐 취미냐를 따지기 전에, 이게 노년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건 제가 직접 봤으니까요. 그게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인구 소멸을 늦추는 효과까지 이어진다면, 골프공 하나치고는 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님이 다음 주 동호회 대회가 있다고 어제 또 전화하셨어요. 연습 많이 했다고, 이번엔 좀 잘 칠 것 같다고. 그 목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본 글은 연합뉴스TV 파크골프 관련 보도 및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 파크골프 열풍 어디까지? [리부팅 지방시대]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 YouTube
출처 : 파크골프 열풍 어디까지? [리부팅 지방시대]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