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에서 창피당한 날 – 초보가 겪은 현실 매너 이야기

파크골프장

저 파크골프 시작한 지 얼마 안 됩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주변에서 하나둘 파크골프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친구가 "야 우리 동네 구민운동장에 파크골프장 생겼다, 한번 가보자"고 했어요. 운동도 할 겸, 뭔가 새로운 취미 하나 가져볼 겸 해서 따라나섰습니다. 장비는 친구 것 빌리고, 규칙은 가면서 대충 유튜브 영상 하나 보고 갔어요. 그때는 몰랐죠. 그날이 제 인생에서 가장 눈치 보인 두 시간이 될 줄은.

1번 홀에서 벌어진 일

티박스에 올라서기도 전이었어요. 친구랑 클럽 잡는 법 확인하고, 공 위치 어디다 놓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거 빨리빨리 좀 칩시다! 뒤에 사람 밀린 거 안 보여요?"
돌아보니 60대 중후반으로 보이시는 어르신 네 분이 팔짱 끼고 저희를 보고 계신 거예요. 그 눈빛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니네 때문에 다 막혔잖아'라는 표정이었어요.
그 순간 저 어떻게 됐냐면, 손에 힘이 확 들어갔어요.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랄까요. 유튜브에서 본 자세 같은 건 다 날아가고 그냥 어떻게든 빨리 치고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대충 휘두른 결과, 공 윗부분을 툭 건드리는 토핑이 나면서 공이 앞으로 2미터도 못 굴러갔어요.
그 다음이 더 최악이었어요. 당황해서 뛰어가서 치고, 또 대충 치고,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서 찾아다니고. 결국 뒤팀이 "빨리 쳐라"고 재촉했던 그 시간보다 제가 허둥대면서 훨씬 더 오래 걸린 거예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재촉을 받지 않았으면 긴장을 안 했을 거고, 긴장을 안 했으면 공이 그렇게 엉망으로 가지 않았을 텐데.
나중에 파크골프 매너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심리학 연구 결과를 알게 됐어요. 사람이 감시받거나 재촉당한다고 느끼면 근육이 수축되어 평소의 스윙이 망가진다는 거예요. 그날 제 몸이 정확히 그랬던 겁니다. 재촉 한 마디가 경기를 더 느리게 만드는 역설. 이게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었던 거예요.

그날 이후 한동안 파크골프장을 안 갔어요

부끄럽지만 사실이에요. 그 경험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운동하러 갔다가 눈치를 그렇게 많이 보고 오니까, 다음에 또 가면 또 그럴 것 같았거든요. 친구가 "다음 주에 또 가자"고 했을 때 괜히 핑계 대고 안 갔어요.
주변에 파크골프 좀 쳐본 사람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아 그거 흔한 일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흔한 일이라는 게 위로가 되는 건지 더 씁쓸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자켓 지퍼 얘기는 제가 당한 게 아니라 제가 당황시킨 쪽이었어요

이건 좀 창피한 고백인데요.
날씨가 쌀쌀해서 바람막이 입고 갔는데, 운동하다 보니 더워서 지퍼를 활짝 열었거든요. 그 상태로 스윙을 했는데, 나중에 같이 간 친구가 "야 너 아까 스윙할 때 옷자락이 막 날리면서 진짜 산만했어"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는 그냥 웃고 넘겼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동반자 입장에서는 시야도 흐트러지고 집중도 안 됐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더웠던 것도 이해가 되는데, 스윙하는 순간만큼은 옷자락이 날리는 게 본인한테도 방해가 되고, 옆사람한테도 방해가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사실 그냥 벗어서 가방에 넣으면 해결될 일이었는데요.

근데 매너 얘기할 때 꼭 빠지는 게 있어요

재촉하는 뒤팀이 나쁜 거, 맞아요. 복장 단정하게 하는 것도 맞아요. 근데 이런 얘기에서 항상 슬쩍 빠지는 게 있거든요.
앞팀이 너무 느린 경우요.
저도 초보일 때 느렸으니까 할 말은 없는데, 솔직히 파크골프장에서 앞팀이 그린 위에서 수다 떨거나, 연습 스윙을 다섯 번 이상 하거나, 공 한 번 치고 나서 한참 동안 안 움직이는 걸 보면, 뒤팀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재촉 방식이 나쁜 거지, 답답한 감정 자체가 틀린 건 아니거든요.
매너는 양방향이에요. 뒤팀은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하고, 앞팀은 뒷사람을 배려해서 신속하게 이동하는 센스도 함께 있어야 해요. 이게 같이 있어야 진짜 매너인 거지, 한쪽만 맞고 한쪽만 틀린 게 아니에요. 재촉하는 사람 나쁘다고만 하면 뒤에 기다리는 사람 답답함은 어디다 털어야 해요?

오케이 문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땡그랑 소리 들을 때까지 끝까지 치라는 말, 완전히 공감해요. 저도 홀컵에 공이 빨려 들어가는 그 소리가 뭔가 중독성 있더라고요. 몇 번 경험하고 나면 그게 파크골프의 맛이구나 싶었어요.
근데 현실적으로 주말 오전 공공 파크골프장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18홀 전부를 끝까지 홀아웃하면, 뒤에 대기하는 팀들은 어떻게 되죠? 상황에 따라 오케이를 주고받는 게 오히려 전체를 배려하는 매너가 될 때도 있어요.
무조건 끝까지 치는 게 미덕이 아니라, 언제 끝까지 치고 언제 오케이를 주고받는 게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게 진짜 실력이고 매너 아닐까요. 규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을 읽는 유연함도 스포츠 문화의 일부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다시 나가고 있어요

그 날 이후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조용한 평일 오전에 다시 나가봤어요.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 친구랑 둘이서 천천히 돌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파크골프가 재밌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으니까 스윙이 달랐어요. 같은 사람이 같은 클럽으로 치는데, 긴장 없이 치니까 공이 훨씬 잘 맞더라고요. 퍼팅 라인 읽으면서 "여기서 오른쪽으로 틀어야 하나" 혼잣말 하면서 치다가 진짜로 홀컵에 공이 들어갔을 때, 그 땡그랑 소리 듣고 친구랑 하이파이브 했어요. 그 기분이요, 진짜 오래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파크골프는 느려도 되는 운동이에요. 빨리 끝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 샷 한 샷에 집중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는 게 목적이거든요. 뒤에서 누가 뭐라 해도 "잠깐만요, 금방 칠게요"라고 정중하게 말하고 내 차례에 집중하는 사람이 진짜 잘 하는 사람이라는 걸, 창피당한 날 이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파크골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저처럼 첫날 눈치 보느라 공 제대로 못 치고 오시는 분들. 그냥 무시하세요. 진짜로요. 남의 재촉에 몸이 굳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냥 그 사람이 예의가 없는 거예요. 오늘도 굿샷 하세요.

본 글은 파크골프 TV 유튜브 영상 및 개인 파크골프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 빨리 치라고요? 그 한마디에 샷 다 망합니다 #파크골프초보 #파크골프치는방법 #파크골프레슨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