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칠곡 왜관에 파크골프장이라니. 거기가 어딘지나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찾아가고 나서는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대강 유원지 개발이 엎어진 자리에서
처음 이 곳을 알게 된 건 낙동강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다가 우연히 간판을 본 게 다였습니다. 별 기대 없이 핸들을 꺾었는데, 진입로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메인 도로보다 한참 아래로 내려가야 했거든요. 대략 10m는 낮은 것 같았습니다. '이 위치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코스를 한 바퀴 걸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낮은 지대에 수목까지 잘 조성되어 있으니 바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겨울에 갔는데도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평지 파크골프장에서 칼바람 맞으며 친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아실 겁니다.
이 부지는 원래 4대강 정비 때 유원지 선착장으로 쓰려다 계획이 엎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수년간 이 지역에서 일하며 정이 든 대표님이 결국 직접 개발에 나선 거고요. "수익 계산보다는 이 땅에 사람이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그게 사업 실패의 전형적인 서사처럼 들리기도 했고, 동시에 이런 마음 없이는 이런 공간이 생길 수도 없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역재생 정책에서도 외부 자본보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자생적 재생이 훨씬 오래간다고 강조하는데, 이 공간이 딱 그 사례처럼 보였습니다.
파크골프가 뭔지 몰랐던 사람의 후기
저도 파크골프를 제대로 쳐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골프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코스가 작고 장비가 단순해서 걸으면서 즐기는 방식입니다. 1983년 일본에서 시작된 스포츠인데, 고령자 친화적이라는 말이 왜 붙는지 해보면 바로 압니다. 걷는 속도로 이동하고, 체력 부담이 크지 않고, 그러면서도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2020년 이후 파크골프 등록 인구가 매년 20% 넘게 늘고 있다는데, 이 숫자가 허수가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큰아버지 관련 서류를 도와드리다가 어르신들 여가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어르신들한테 필요한 건 보조금이나 프로그램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당당하게 나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거였습니다. 파크골프가 그 답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 중 하나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보라 파크골프장은 총 27홀로 조성될 예정이고, 제가 갔을 땐 파3 구간 위주로 돌아봤습니다. 코스마다 지형 굴곡이 살아있어서 그냥 공을 굴리는 게 아니라 어디로 칠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잘 치면 다른 파크골프장에서 1등 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들었는데,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같은 코스에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 이게 이 스포츠의 핵심 매력이라고 봅니다. 카트 없이 같이 걸으면서 대화가 생기거든요. 일반 골프에서는 오히려 카트 때문에 걷는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있는데, 파크골프는 그 반대입니다.
클럽하우스는 칭찬, 키오스크는 걱정
방문해서 처음 놀란 건 클럽하우스였습니다. 솔직히 파크골프장 하면 컨테이너 박스 같은 게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실내가 넓고 쾌적했습니다. 여름엔 에어컨을 충분히 가동하고, 겨울 새벽에도 조명을 켜준다는 운영 방침은 그냥 말로만 하는 배려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키오스크 무인 접수 시스템은 좀 걱정이 됐습니다. 대기 없이 빠르다는 건 확실한 장점인데, 이 구장을 주로 찾는 분들이 60~70대 이상이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만 해도 부모님이 무인 주문기 앞에서 당황하시는 걸 여러 번 봤거든요. 시스템은 좋은데 그걸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운영 시간은 연중무휴 오전 5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고 야간 조명도 갖추고 있습니다. 처음엔 '대단하다' 싶었는데, 이런 방식이 초반엔 강점이 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운영진이 먼저 지치는 경우를 여러 번 봐왔습니다. 지속 가능하려면 열정만으로는 안 되고, 교대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솔직하게 짚어보는 보완 포인트
키오스크와 별도로 어르신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이 상시 있어야 합니다. 무인 시스템이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진입장벽이 되는 건 이 구장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파크골프장이라면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코스 난이도 구분도 좀 더 명확하면 좋겠습니다. 처음 오는 분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완만한 구간이 따로 표시되어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분들이 문을 여는 데 훨씬 쉬워질 겁니다.
그리고 직선거리 500m 안에 140년 역사의 가실성당이 있습니다. 외지에서 일부러 오는 방문객이라면 이 두 곳을 하루 코스로 묶는 게 자연스러운데, 아직 그 연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인 출신 이사님 이야기
언론사와 평생교육기관을 거친 이사님이 이 파크골프장의 얼굴로 합류한 건 마케팅 면에서 영리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파크골프는 그냥 공 치는 스포츠가 아니라 규칙을 배우고, 에티켓을 익히고, 몸 쓰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학습입니다. 어르신들이 새로운 걸 배우고 성취감을 느끼는 구조, 이게 생활 스포츠가 복지로 연결되는 지점이거든요. 평생교육을 다뤄온 사람이 이 연결을 잘 볼 수 있다는 건 강점입니다.
다만 솔직히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은 대표님의 지역 애착과 이사님의 열정이 이 공간을 지탱하는 구조인데, 그 철학이 두 사람 사이에만 있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기도해서 좋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지만, 다음에도 그 방식에 기댈 수만은 없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이 구장의 다음 숙제라고 봤습니다.
'이 땅에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로 시작된 공간이, 지형의 단점을 뒤집고 버려진 선착장 부지를 3세대가 함께 걷는 장소로 만들어낸 건 분명합니다. 감성이 출발점이 된 공간치고는 꽤 단단하게 서 있었습니다. 27홀이 다 완성되면 다시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때는 좀 더 잘 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출처 : 파크골프케이 Parkgolf K